소개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의 원작 소설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영화 제작과 동시에 집필한 소설로 영화가 개봉하면서 함께 출판된 작품입니다. 책 마지막 페이지에 위치한 '저자의 말'에서 감독은 영화 속 이야기를 굳이 소설로 풀어내는 것을 '여자 주인공 스즈메의 감정을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소설 "스즈메의 문단속"은 영화에서 입 밖으로 내지 않은 스즈메의 속마음을 글로써 파악할 수 있습니다.
리뷰
이 책은 처음 "스즈메의 문단속"이 극장에 개봉했을 때, 영화를 너무 감명 깊게 봐서 굿즈를 찾아보다가 교보문고에서 하드 커버 스페셜 에디션 (하드 커버 소설과 패브릭 포스터, 마우스 패드로 구성되어 있었음)을 발견하고 샀던 것입니다. 그 후 시간이 없어서 읽는 것을 미루다가 최근에 "스즈메의 문단속: 다녀왔어" 영화를 다시 본 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 영화화된 경험은 몇 번 있었지만 영화를 본 후 원작 소설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감독과 작가가 동일 인물이라 그런지 영화와 소설, 두 버전 모두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우선 소설의 챕터 구성이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스즈메가 '뒷문'을 닫는 장소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1일째', '2일째'처럼 날짜별로 챕터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 속 사건을 기억하는 데에는 영화를 봤을 때처럼 장소별로 기억하는 것이 편했지만 날짜별로 구분된 책을 읽으니 스즈메가 집을 떠나 '모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고 소타와 스즈메의 여정이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는 게 상기되어 놀랍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화에서는 생략되었거나 각색된 디테일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다음은 개인적으로 재밌게 느껴졌던 부분들입니다. 첫째, 치카가 오토바이에 귤을 싣고 간 것은 여관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대접할 수 없게 된 것들을 가공 공장으로 옮기던 것입니다. 둘째, 관람차는 정전이 되더라도 사람이 타고 있으면 그 무게로 천천히 회전해 지상에 내려오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스즈메가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셋째, 토지시는 문을 닫아 그 땅 자체를 원래 주인인 토지신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소타가 외우는 축사에 "돌려드립니다"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넷째, 스즈메는 소타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에 경비와 창구 직원이 없는 틈에 들어가 병실 문패를 빠르게 훑어서 소타의 할아버지 병실을 찾은 것입니다. 다섯째, 세리자와가 차에서 옛날 노래들을 튼 이유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타마키 이모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섯째, 영화에서 세리자와가 타마키 이모에게 사실 돈은 자신이 소타에게 빌린 것이며 소타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이 소설에서는 저세상에서 돌아와 세리자와를 보고 놀라는 소타에게 스즈메가 '빌려준 돈 받으러 왔다'는 세리자와의 말을 전하고 그 말을 들은 소타가 어이없어하며 본인이 세리자와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영화를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스즈메의 말이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첫 만남에서 스즈메가 굳이 학교를 뒤로하고 소타를 찾으러 간 것은 과거 어린 스즈메가 저세상에서 헤맸을 때 소타를 봤기에 기시감을 느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스즈메가 버려진 마을에서 소타를 찾으면서 "잘생긴 분"이라고 부른 것은 스즈메 역시 이상한 호칭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를 만한 호칭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여관에서 의자가 된 소타에게 키스하려고 한 것은 다이진을 쫓느라 마음은 급한 와중에 소타가 아무리 불러도 일어나지 않자 '사랑 타령이 아니라 진짜 팁이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순간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급발진이라고 느껴졌던 소타와 스즈메의 러브라인은 완전히 이해되진 않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습니다. (소타의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와 "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게 더 좋아"라는 대사에서 소타가 토지시 일을 하는 중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외로웠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스즈메는 소타가 요석이 된 후에 '겉모습은 전과 다름없는데 체중이 반으로 줄어든 듯한ー몸이 공기로 더 채워진 듯, 허무했다'라는 서술처럼 소타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는 묘사가 언급되어 스즈메에게 소타의 영향이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 역시 있었습니다. 우선 번역이 어색한 부분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산사태를 토사 붕괴로 놀이공원을 유원지로, 새벽 2시를 심야 2시로 번역하는 등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표현들이었습니다. 또한, 타마키 이모의 미야자키 사투리가 단순히 표준어로 번역되어 타마키 이모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몰입감이 다소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스즈메의 문단속"은 영화와 소설 둘 다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