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스즈메의 문단속: 다녀왔어"는 한국에서는 2023년 3월 8일에 개봉했던 모험/드라마 장르의 애니메이션 영화인 "스즈메의 문단속"의 특별판입니다. 특별판이라고 공개됐지만 영화 마지막에 남주인공인 소타가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대사만 추가됐을 뿐 일반판과 차이가 없어서 단순히 2024년 1월 10에 재개봉하면서 부제목을 단 것으로 간주해도 무방합니다, 각본부터 제작까지 모두 "너의 이름은"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담당한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러닝 타임은 2시간 2분으로 긴 편이며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8.41점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평점)
줄거리
시골 마을에서 이모와 함께 사는 고등학교 2학년 "이와토 스즈메"는 평소와 같은 아침 등굣길에서 "무나카타 소타"를 만나게 됩니다. 폐허를 찾는 소타에게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옛 온천 마을을 알려준 스즈메는 왠지 모를 기시감에 소타를 찾아 버려진 마을을 방문했다가 어떤 '문'을 발견합니다. 문을 살피던 중 발견한 작은 석상을 발견한 스즈메는 그 돌을 집어 듭니다. 그 후 학교로 등교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 스즈메는 자신이 갔던 산 쪽에서 연기가 치솟는 것을 발견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한 친구들의 반응과 사방에서 울리는 지진 경보음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문'을 발견했던 장소로 돌아간 스즈메는 아침에 만났던 소타가 문에서 나오는 붉은 기운을 막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리뷰
우선 일반판과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겠습니다. 작년에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를 본 후 다시 보는 상황이라 리테이크 됐다는 일부 장면을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바뀐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추가됐다는 소타의 '다녀왔어'라는 대사 역시 굳이 추가한 버전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큰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따라서 특별판이라는 이유로 다시 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재밌게 본 작품입니다. 영화 속 디테일을 알아차리기보다 이야기의 흐름 자체에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 타입이라 작품 속 감독의 의도 같은 것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인 "언어의 정원"은 여러 번 봐도 영화의 주제가 뭔지, 왜 제목이 '언어의 정원'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스즈메의 문단속"은 처음 봤을 때도 이 영화가 지진으로 인한 물리적/정신적 피해와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한 영화 속 요소들 역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먼저, 문을 닫을 때 들리는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소타는 스즈메에게 눈을 감고 이 장소에 있었을 감정을 상상해 목소리를 들으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그 장소에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목소리들의 주인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은 곧 다가올 재앙을 알지 못했기에 평화로운 일상을 이야기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다음으로 스즈메가 지역을 이동하면서 만나는 인물들과 '문'이 있는 장소들의 연관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문'이 존재하는 장소 5곳이 등장합니다. 스즈메가 현재 살고 있는 마을의 산 위에 있는 옛 마을부터 폐교, 폐업한 놀이공원, 도쿄, 스즈메와 엄마가 살았던 고향이 바로 그 장소들입니다. 처음과 마지막은 스즈메가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장소이며, 폐교는 "다이진"을 쫓아 이동하던 중 만난 동갑 친구 "치카"가 다녔던 중학교였습니다. 또 놀이공원은 스즈메를 차에 태워준 "루미" 씨가 어릴 때 자주 놀러 갔던 곳이고, 도쿄는 소타가 살고 있는 곳이며 "서다이진"이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목소리들이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 중에서도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들이라면, 스즈메가 이동 중 만나는 사람들은 지진을 경험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이공원과 루미 씨의 경우 자연재해에 대한 언급이 없고 단순히 어릴 때 자주 갔던 장소라는 언급이기에 과도한 의미 부여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즈메의 서사 자체가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즈메는 어린 시절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될 정도로 강한 지진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은 살아남았지만 엄마를 떠나보내게 됩니다. 즉, 스즈메 본인부터가 지진의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작품 후반에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는 자신에게 스즈메는 위로를 건넵니다. 영화 속 스즈메는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건넨 말이지만 이 장면은 감독이 지진 피해자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자신을 위로하는 장면이 스즈메의 내면적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스즈메 역시 묻어두고 있었던 마음속 슬픔을 마주하고 극복한 것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