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이전 "내가 사랑했던 모든 너에게" 리뷰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너를 사랑했던 한 사람의 나에게"는 2022년에 일본에서 개봉한 SF/로맨스 장르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현재 라프텔에서 독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사이 켄이치 감독이 제작했으며 러닝 타임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너에게"보다 4분 짧은 1시간 38분입니다. 이전 글에서는 2권을 보고 1권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는 평이 있다고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1권을 보고 2권을 보는 순서도 좋다고 느꼈습니다. 라프텔 사용자 평은 2024년 9월 30일 기준으로 5점 만점에 3.9점입니다.
줄거리
주인공인 코요미가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인생의 분기점에서 아빠를 따라가는 것을 선택한 세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히다카 코요미"는 아빠의 근무지인 '허질 과학 연구소'의 놀이방에서 " 사토 시오리 "를 만나게 됩니다. 시오리는 코요미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이혼했으며 엄마가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연구로 바쁜 부모님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던 둘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굳이 서로의 마음을 말로 내뱉지 않아도 언젠가 둘이 결혼할 거라는 생각을 할 만큼 소중한 관계를 이어오던 중, 둘은 서로의 부모님이 재혼해 남매가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혼란에 빠진 코요미와 시오리가 부모님들이 이혼하지 않는 평행세계로 도망치자고 결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리뷰
"내가 사랑했던 모든 너에게"(이하 '보쿠아이')를 먼저 본 다음 "너를 사랑했던 한 사람의 나에게"(이하 '키미아이')를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해결되지 않았거나 찝찝했던 요소들이 전부 하나하나 해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보쿠아이"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간단하게 언급된 대사나 이론들이 "키미아이"에서 자세히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쿠아이"에서 허질 과학 연구소는 세계를 거품으로 설명한다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키미아이"는 코요미의 아빠가 코요미에게 평행세계를 거품에 비유해 설명하는 말로 시작합니다. 또한 "보쿠아이"에서는 단순히 할아버지가 기르는 개라고만 묘사됐던 "유노"가 코요미가 태어났을 때부터 기른 개라는 내막이 등장하면서 코요미가 유노를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유노를 소중히 여겼기에 "키미아이"의 코요미가 "보쿠아이" 세계로 이동해 "보쿠아이"의 코요미가 8살 때 유노와 산책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평행세계를 이동했던 사건이 성립됩니다. 이 밖에도 "보쿠아이"에서 코요미가 들개에게서 구해줬다는 카즈네("보쿠아이"의 여주인공)의 언급 역시 이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등장합니다.
한편 아빠를 따라가는 선택을 한 것뿐인데 "보쿠아이"의 다소 소심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던 모습과 달리 "키미아이"의 코요미는 시오리가 죽기 전까지 평범하고 씩씩한 남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역시 유년기에는 환경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의 성향 차이로 인한 환경 변화도 있었겠지만 "키미아이" 세계의 가장 큰 차이는 또래 친구인 시오리의 존재였기에 다시 한번 시오리가 "키미아이"의 코요미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였기에 코요미가 평생 포기하지 않고 시오리만을 사랑하며 그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쿠아이"에서도 언급됐듯이 코요미가 시오리를 절대 만나지 않은 세계를 선택해 그녀를 구한 것이기에 둘이 무사히 성장해 결혼하게 됐다는 세계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서 그런지 "보쿠아이"에서 코요미와 결혼한 카즈네가 괜히 싫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건 제가 "보쿠아이"를 먼저 보고 "키미아이"를 봐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라프텔에 누군가 평을 남긴 것처럼 이 작품을 둘 다 안 본 뇌를 사서 한 번 거꾸로 봐 보고 싶네요.
두 작품을 모두 보고 나니 제목에 대한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전에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나에게"에서 '나'는 코요미라고 생각했는데 "보쿠아이"와 "키미아이"에서 항상 코요미를 좋아했던 카즈네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키미아이"에서는 카즈네가 코요미를 좋아한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보쿠아이"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편지에서 간접적으로 언급되니까요. 그래서 "보쿠아이"에서는 '나'가 카즈네, '너'가 코요미를 의미한다면, "너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나에게"에서는 '나'가 코요미, '너'가 시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니 시오리를 구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온 코요미의 이야기가 핵심인 이 영화에 딱 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작품 후반부에 "보쿠아이"에서 나왔던 장면들이 다시 등장해서 잠깐 지루해지는 점을 빼면 너무 재밌는 작품이라 로맨스를 좋아하신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그리고 순서 상관없이 두 작품을 모두 봤을 때의 시너지가 존재하므로 꼭 두 작품 모두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