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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학교 폭력 관련 애니메이션 영화 리뷰

by 잠온 2024. 11. 5.

'거울 속 외딴 성' 영화 포스터

 

소개

"거울 속 외딴 성"은 2022년 12월 23일 일본에서 개봉한 드라마/판타지 장르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라 케이이치'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한국에는 2023년 4월 12일에 개봉했습니다. 러닝타임은 1시간 56분이며, 네이버 실 관람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8.53점입니다. 소설을 먼저 읽은 후 영화를 관람한 원작 팬들의 기대까지 충족시킨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줄거리

자신을 괴롭히는 같은 반 학생 무리로 인해 중학교 1학년 '코코로'는 등교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에게 등교 거부의 이유를 말하지 않은 코코로는 집에서도 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 안의 거울이 빛나고, 홀린 듯이 거울을 만진 코코로는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거울 안에는 망망대해에 홀로 우둑 소상 있는 성이 있었고, 그 성에는 6명의 아이들과 늑대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소녀 '늑대님'이 있었습니다. 성 안에 있는 열쇠를 찾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늑대님의 말에 코코로와 아이들은 열쇠를 찾기 시작합니다.

 

리뷰

학교 폭력을 다루는 작품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학교 폭력의 잔혹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해 신체적 폭력이나 성폭행 같은 자극적인 요소들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지만) 보다 보편적인 형태의 학교폭력을 다양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코코로의 경우 반에서 고립시키고 여럿이 집으로 찾아가 나오라며 겁박하는 등의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성에서 만난 다른 아이들 역시 정도나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코코로처럼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여자아이들은 언어적 괴롭힘을 주로 당하고, 남자아이들은 언어적 괴롭힘은 물론 신체적 폭력까지 당한다는 점이 현실적이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괴롭힘에 대해 내린 결론이 현실적이면서 다양해서 좋았습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거나 유학을 가는 아이도 있고 학교에 요청해 가해 학생들과 다른 반에 배정되도록 조치하고 그대로 재학하기로 결정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코로가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일반 학교 대신 프리스쿨을 다니는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완전히 극복하고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통쾌한 전개는 아니지만 현실적이면서도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선택들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한편 영화를 보는 내내 부모님과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영화에는 상반되는 두 교사가 등장합니다. 바로 코코로의 담임 선생님과 마음의 교실에서 만난 키타지마 선생님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눈치 없고 무능력한 사람입니다. 코코로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학부모에게 듣고도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피해자에게 가해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합니다. 아래의 발언들을 통해 담임 선생님은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전 쉬쉬하던 시기의 교사를 대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나다한테서 얘기를 들었어. 오해가 있었던 것 같더구나.
사나다를 직접 만나서 얘기해보지 않을래?"

"성격이 워낙 적극적이라 부담스럽기도 하고 너에겐 괴롭게 느껴진 일도 많았을 거야.
하지만 사나다도 걱정하고 있어. 반성도 하고 있고"

"아니 전 어디까지나 당사자끼리 대화를 해서..."

 

반면 키타지마 선생님은 굉장히 세심하게 코코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상적인 교사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래의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타지마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코코로에게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에 코코로가 위안을 얻고 점차 용기를 내는 것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코코로는 매일 싸우고 있잖니?"

"내가 처음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뒀으면 좋았을 텐데, 널 괴롭게 만들어서 미안해."

"같은 반의 토요사카와 마에다, 그리고 나카야마(괴롭힌 무리) 말이지? 모두 다른 반으로 부탁했어.
되도록 담임도 다른 사람으로 배정되도록 했어."

 

 

또한 등장인물들이 평면적인 듯 은근히 입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코코로와 키타지마 선생님은 선, 사나다 무리와 담임 선생님은 악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코로의 성장, 키타지마 선생님의 과거 등을 고려하면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라는 점은 여전하지만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코코로의 유일한 친구였던 "모에"의 대사를 보면 그게 확 와닿았습니다. 모에는 예쁜 외모와 대학교수인 아버지를 닮아 똑똑한, 완벽한 아이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아래의 대사를 보면 모에 역시 아직 미숙한 어린아이였다는 사실이 느껴졌습니다.

"그 애들은 연애처럼 눈앞에 있는 것밖에 못 보잖아. 성격도 나쁘고 어린애 같고.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지금과 똑같이 분명 한심하게 살거야.
(중략)
코코로, 절대 지지 마. 그런 애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다음 학교에도 있을지 모르지만 난 이제 싫은 건 싫다고 확실하게 말하겠어.
무슨 짓을 당하는 애가 있으면 이번엔 꼭 도와줄 거야."

 

 

이 밖에도 복선을 굉장히 잘 회수한다고 느끼며 굉장히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영화도 단점이 없는 것 아니었습니다. 후반부에서 열쇠를 찾은 후 소원을 빌었을 때 배경음악과 연출이 너무 안 어울린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장면인데 촌스럽다는 생각에 몰입이 깨져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심지어 엔딩 크레딧에서는 연출이 감동적이었기에 더 아쉬운 것 같습니다.